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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다는 얘기만 듣던 우리아이, 생각보다 웩슬러 검사결과가 낮은 이유는?

tosiri12 2025. 5. 15.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의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의뢰 이유는 아이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보고 도와주기 위해서였고, 별문제 없이 검사는 진행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체구의 안경을 쓴 남자아이는 지시를 잘 따라주었으며 호응도 좋았습니다.

다만 시각 과제에서 실수가 잦았고 어휘력이나 수개념 같은 기본 개념이 평균하-평균 정도였습니다.

어려운 문제가 나왔을 때 시도해 보려고 노력하였으나 확신을 가지고 노력하기보다는 안될 거라 생각하고 노력하는 느낌이었고, 주변에 대한 관심이 약해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느꼈던 이 아이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지만, 세상을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주어진 것을 묵묵히 하는 다소 소극적인 느낌이었습니다.

부모양육태도 검사에서도 감독, 간섭이 높은 편이라 좀 더 아이의 관찰된 특성에 확신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 뱅크

 

상담 시 제가 느낀 그대로를 부모님에게 설명드렸으나 약간 의아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설명을 들어보니, 아이는 모르는 친구도 잘 사귀는 적극적인 아이이며, 종이 접기나 미술활동 같은 것을 즐겨서 혼자서 몇 시간이고 하는 아이라고 하셨습니다.

 

상담이 끝난 후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제가 아는 분의 지인의 아들이었고, 그래서 그 아이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1. 브랜드 수학학원의 탑산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2. 피아노를 독학으로 끝냈고 작곡도 할 정도로 실력이 좋다고 한다.

3. 주변에서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아이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검사결과를 보니 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수학학원에 탑산에 들어갈 정도면 유동추론이나 시공간 같은 지표의 점수가 높아야 되지 않을까..?

그런데 점수는 평균이었고, 혼자 독학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면 끝을 보는 아이가 주변에 대한 관심이 왜 약해 보였을까..?

 

주변에서 잘한다고 얘기 듣는 아이, 아이큐가 왜 평균일까?

1. 아이큐는 아이큐일 뿐이다.

가끔 "연습하면 다 잘 나오는 거 아니에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또 잘한 영역에 대해 설명드리면 "이거 맨날 하는 거라 잘했을 거예요."라고 얘기하시기도 합니다.

 

연습해서 잘 나오는 건 아이큐가 아니며, 맨날 해서 잘하기보다는 잘하니깐 맨날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약한 능력에 대해 도와달라고 말씀드립니다.

그건 평균의 아이큐를 매우 우수까지 올리고자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공부하는데 약점이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알고 대비하자는 의미이고, 유아들의 경우에는 감을 잡지 못해 점수가 잘 나오지 않기도 해서 경험을 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아이큐가 평균인 것은?

아이큐가 평균인 것은 말 그대로 평균, 공부하는데 무리가 없는 점수입니다.

아이큐가 높으면 공부하기 더 수월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큐가 평균이라고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친구들만큼은 잘 따라가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전체 점수가 다 평균이라면, 혹시 주변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지, 아니면 할 것만 하고 적극적으로 알아갈 의지가 없는 건 아닌지, 잘하는 것을 개발시켜주지 않았는지 체크해 볼 것은 말씀드립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뱅크

2.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어머니와 얘기도중 아이의 성향이 완벽주의적 성향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한 성향으로 인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자신감 있게 잘 해내지만, 잘하지 못할 것 같은 것은 자신감이 떨어지고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수학을 잘합니다.

학원에서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문제도 잘 풀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아이는 피아노를 잘 칩니다.

연습을 해보니 생각보다 잘 되었고, 주변에서 잘한다는 소리도 들으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이는 지능검사에 나오는 문제의 유형을 처음 접했습니다.

지능 검사인 것도 부담스러운데 처음 보는 유형의 문제는 더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잘하고 싶지만 자신의 능력이 잘 발휘되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는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해야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며 잘하는 것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면의 힘을 많이 길러야 합니다.

 

다양한 상황을 직면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는 경험(사회적인 경험, 여행계획, 친구와의 관계, 물건사기 등), 다양한 교구, 문제도 경험해 보고(다양한 보드게임, 다양한 책 읽기 등) 스스로 해결해 보는 경험, 그래서 못할 것 같았지만 실마리를 찾아 하나씩 해결하는 경험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3. 자신감이 약하다.

어머니는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기 때문에 자신감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내면의 힘입니다.

상황에 따라 자신감이 변화된다면, 그건 자신감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자신감은 잘하는 것을 1등 한다고 생겨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기 싫고, 못할 것 같은 것을 여러 방법으로 애를 쓰고, 애를 쓰는 가운데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과제에 몰입하고 주변의 평가에 개의치 않아야 생길 수 있습니다.

 

주변 평가를 신경 쓰지 않으려면 자신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알고, 노력해도 잘 안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노력해도 잘 안될 수 있지만, 노력하는 가운데서 애를 쓰고 몰입하는 것이 즐거웠고 부모님과 좋은 추억을 쌓았다면 다시 또 시도하고, 여러 번 시도 끝에 성공의 경험도 할 것입니다.

 

자신감과 완벽주의에 대한 글은 제가 전에 포스팅하였습니다. 아래를 클릭하셔서 함께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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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 [육아] -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 융통성이 약한 아이 지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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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아이는 온순한 성향으로 스스로 잘하는 아이였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피아노를 뗐고, 수학공부도 학원만 다니면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관심사가 다양해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어주라고 하지요.

왜냐하면 모든 걸 체험시켜 줄 순 없지만, 책 속에서는 간접적으로라도 다양한 것들을 경험합니다.

경험 가운데서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들은 하나하나 연결되며 좋은 사고력으로 발전합니다.

 

스스로 잘하고 있으니 뭘 더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개입은 필요합니다.

그중 가장 좋은 개입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과가 나쁘진 않았지만, 아이의 평가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하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웩슬러 지능지수는 아이를 돕기 위해서 있는 것일 뿐 아이의 전부를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만 가져가면 됩니다.

제가 검사했던 이 아이도 이번 검사를 통해 조금 더 책을 가까이하고 완벽주의적 성향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좋은 경험이 된 검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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