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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여아가 친구관계가 어려운 이유, 유치원 거부 이유

tosiri12 2024. 7. 4.
아이가 요즘 유치원에 가기 힘들어합니다.

 

"유치원 가기 싫어. 유치원 옮겨줘. 언제 토요일 되는 거야? 내일이 토요일이어서 너무 좋다."

그냥 하는 소리려니 했지만 이런 얘기들을 수도 없이 듣다 보니 이유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 날을 잡고 아이와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엄마: "왜 유치원 가기 싫어?"

아이: "유치원에 친구가 없어."

 

학기 초 유치원 상담에서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이의 큰 장점은 사회성이고 친구들이 저희 아이를 좋아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친구가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더 캐묻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너 00랑도 잘 지내고, 00랑도 잘 지내잖아. 그 친구들 다 너 좋아할 건데.."

아이: "아니야. 00도 오늘 나랑 안 논다고 했고, 00도 다른 친구랑 놀았어."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이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를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었는데요,  


아이가 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렵다고 느낀점

    1. 자신이 놀자고 했을 때 친구가 다른 놀이를 하고 있어 거절하면 자신을 거절한 걸로 생각한다.
    2. 특정 친구를 좋아하여 그 친구와 절친이 되고 싶었는데 거절당했다.(심지어 그 친구는 밥을 같이 먹자고 옆에 앉았을 때 일어나서 다른 책상으로 가기도 했다 합니다.)
    3. 특정 친구가 자신은 키가 크고 너는 작으니 같이 못 놀겠다고 했다.
    4.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절친이 되며 아이를 밀어내었다.
    5. 자신이 얘기하면 항상 오케이 해줄 수 있는 친구를 만들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무슨 6살 친구관계가 이렇게나 복잡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몰려오며 적절한 조언을 해주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습니다.

 

일단 아이에게 유치원 친구들 이름을 하나씩 언급하며 누구랑 친한지 물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는 친구들이 누구랑 친한지 잘 알고 있었고 그나마 다행인 건 총 10명의 여자 아이들 중에서 절친이 된 친구는 단 2명, 나머지는 사랑? 의 화살표가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 화살표에는 저희 아이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엄마: "거봐, 모든 아이들이 너를 좋아하진 않지만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잖아. 원래 서로 맞는 친구가 있는 건데  하고 싶은 것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야 친해지는 거야. 그리고 친해진다는 건 네가 하고 싶은 것만 같이 하자고 해서 되지는 않아.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것도 싫지만 같이 해주고, 네가 하자는 것도 같이하며 맞춰갈 수도 있어야 해."

 

덧붙여 아이에게 친구가 하고 싶은 놀이가 있어 아이가 하자는 걸 거절했을 때는 사람을 거절한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뜻임을 알려주었습니다.

 

걱정이 되어 상담을 받아보니 6세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해지며 싫어도 같이 놀아주는 행위는 5세에 비해 줄어든다고 합니다. 5세 때는 별문제 없이 잘 지내다가 6세 때 친구가 없다고 우는 아이들은 대부분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유치원을 옮겨야 될까도 고민했지만 거절을 당했을 때 그럴 수도 있다는 단단한 마음을 배우고,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걸 함께 해줄 수도 있으며, 모진 얘기를 들었을 때 떨쳐낼 수 있는 강인한 마음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가 이겨내도록 지켜보려 합니다.

오히려 외동아이라 거절받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잘 됐다는 생각을 하며.... 

 

이때 엄마가 가져야 할 마음은 아이의 슬픈 말투와 표정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동안 아이의 표정에 마음이 아팠는데 단호하게 끊어내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되겠더라고요.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이제 험난한 친구관계의 시작을 겪는 아이에게 그걸 피하게 해주는 것보다는 맞닥뜨려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아이가 잘 이겨낼 거라 믿으며 오늘 하루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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